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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유부녀 킬러》**를 보고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법이 제대로 벌하지 못한 사람을 개인이 대신 심판해도 되는가?
드라마 속에서는 법망을 빠져나간 범죄자들이 다시 처벌받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피해가 너무 크고 분명한데도 가해자가 예상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는 상황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드라마를 다 보고 난 지금도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오히려 개인이 직접 심판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쪽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운다.
피해자가 되어보지 않은 내가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내가 중대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본 적도, 피해자의 가족이 되어본 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사랑하는 가족이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는데 가해자가 충분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지금과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와 가족에게 용서해야 한다거나 법에 맡겨야 한다고 쉽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당사자가 겪은 고통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그 감정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복수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개인에게 누군가를 심판할 권리가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누구도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죄를 판단하고, 심지어 생명까지 빼앗을 권한을 갖게 되었을 때 그 판단이 항상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유부녀 킬러》에서는 명백한 악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청자로서는 비교적 쉽게 킬러들의 행동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증거와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나는 결국 사람이 사람을 최종적으로 심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정말 나쁜 일을 한 사람에게 천벌을 받을 것 이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사람이 피할 수 없는 더 큰 심판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개인이 그 역할까지 대신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느낀다.
드라마니까 통쾌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장면도 현실이라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법은 충분히 피해자의 편에 서 있는가
하지만 개인적인 복수에 반대한다고 해서 현재의 법과 처벌이 언제나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부녀 킬러》를 보면서 더 강하게 들었던 생각은 법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왜 사적 복수에 감정적으로 끌리게 되는가라는 것이었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나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남기는 강력범죄에서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처벌이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비해 너무 가볍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가해자의 인권이라는 말과 함께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인권은 누가 지켜주는가?
가해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은 법치사회에서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안전, 회복, 일상으로 돌아갈 권리까지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다시 상처받고, 가해자의 출소를 두려워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이 될 수 있다.
사적 복수가 통쾌하게 느껴진다는 것의 의미
그래서 《유부녀 킬러》의 가장 씁쓸한 부분은 킬러들이 범죄자를 처단한다는 설정 자체보다 우리가 그 모습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왜 우리는 법이 아니라 킬러가 범죄자를 처벌하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까.
어쩌면 그것은 법이 피해자의 고통을 충분히 대신해주지 못한다는 불신과 답답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결책이 개인의 복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사적인 처벌을 상상하지 않아도 될 만큼 법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더 신뢰받는 제도로 작동하는 것 아닐까.
유부녀 킬러가 남긴 가장 어려운 질문
《유부녀 킬러》는 정답을 알려주는 드라마라기보다 어려운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나는 여전히 개인이 범죄자를 직접 심판해서는 안 된다는 쪽에 더 가깝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정도로 완전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법이라는 이름 아래 내려진 처벌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사회라면 피해자의 권리는 그보다 적지 않게 보호되어야 한다.
결국 《유부녀 킬러》를 보고 남은 것은 통쾌함보다 이 질문이었다.
사적 복수가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은 누구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하는가.
아마 이 질문을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부녀 킬러》는 단순한 킬러 액션 드라마보다 훨씬 긴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