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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아파트》**에서 지성이 연기한 박해강은 처음부터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그는 오아시스파의 전직 보스이자 돈 냄새를 기막히게 맡는 인물이고, 아파트에 들어온 목적도 주민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178억 원의 장기수선충당금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JTBC 공식 인물 소개에서도 박해강은 당장 필요한 거액을 마련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되어 장기수선충당금을 노리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JTBC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사람이 아파트 안에서 주민들과 부딪히면서 점점 변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모든 일이 돈을 얻기 위한 과정이었지만, 나중에는 돈보다 사람과 공동체를 지키는 쪽으로 행동이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이 변화가 《아파트》에서 박해강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매력적으로 만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박해강이 아파트에 들어온 진짜 이유
박해강에게 처음 아파트는 그저 거대한 금고였다.
아버지처럼 따르던 용만이 구속되고 당장 큰돈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아파트에 178억 원의 장기수선충당금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돈에 접근하기 위해 동대표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자리를 노리고, 평범한 주민처럼 보이기 위해 가짜 가족까지 만든다. JTBC의 2회 예고에서도 해강이 장기수선충당금을 노리고 동대표가 되기 위해 가족을 꾸미는 과정이 주요 내용으로 등장한다. JTBC
이때의 해강에게 주민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표에 가깝다.
그래서 초반에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모습조차 계산적이고 능청스럽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지성의 코믹 연기가 큰 역할을 했다.
거짓말로 시작했는데 문제 해결에는 진심이 됐다
하지만 박해강의 계획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회장이 되려면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그러려면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난방비 비리와 시설 문제, 각종 관리 문제를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해강은 처음에는 자신의 목적 때문에 움직이다가 점점 실제 문제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JTBC도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에서 박해강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다가 점점 그 일에 진심이 되고, 결국 더 큰 비리를 마주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JTBC
개인적으로 이 변화가 좋았다.
처음부터 정의로운 사람이 악당을 무찌르는 이야기보다, 욕심 때문에 들어온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돕기 시작하는 과정이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표에서 내 사람들이 되어간다
박해강의 변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민과의 관계다.
초반에는 선거를 위해 주민들의 지지가 필요했고, 4회에서도 커뮤니티센터를 돌며 자신의 편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등장한다. 당시에는 철저히 회장 선거를 위한 행동에 가깝다. JTBC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관계는 달라진다.
특히 해강의 정체와 가짜 가족의 비밀이 드러난 뒤에도 주변 인물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후반부에는 오히려 해강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가족과 주민들이 그의 곁을 지킨다. 11회 공식 예고에서도 용만의 죽음으로 무너진 해강을 간헐적 가족과 주민들이 지킨다며 **해강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JTBC
처음에는 해강이 주민들을 이용하려 했는데, 어느 순간 주민들이 해강을 지켜주는 사람이 된 것이다.
가짜 가족도 박해강을 바꿨다
해강이 선거를 위해 만든 가족 역시 처음에는 철저한 계약 관계였다.
하지만 함께 살고 부딪히면서 그 관계도 달라진다. 해강이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을 때 가족들이 생일파티를 준비해주는 장면처럼, 처음에는 목적 때문에 만들어졌던 관계가 실제 감정으로 변하는 순간들이 등장한다. JTBC
이 부분에서 박해강은 돈을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는 조직 보스이면서 동시에 사람에게 정을 주고받는 데는 생각보다 서툰 인물로 보인다.
그래서 돈보다 사람이 중요해지는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성이 아니었다면 박해강이 이렇게 재미있었을까
박해강이라는 인물은 자칫하면 너무 과장될 수 있었다.
전직 조직 보스가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 나가고, 가짜 가족을 꾸미고, 관리비 비리를 파헤친다는 설정 자체가 상당히 만화적이다.
그런데 지성은 이 인물을 코미디 캐릭터로만 만들지 않는다.
주민 앞에서는 능청스럽고 뻔뻔한데, 위험한 상대와 마주하면 과거 조직 보스의 분위기가 바로 드러난다. 가족과 있을 때는 또 다른 인간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개인적으로는 코믹함과 카리스마를 오가는 지성의 연기 때문에 박해강의 변화가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가볍게 웃다가도 어느 순간 이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싸우는지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178억보다 더 큰 것을 얻게 된 박해강
박해강은 처음에는 돈 때문에 아파트에 왔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그가 지키려고 하는 대상은 더 이상 178억 원이 아니다.
부실 공사와 더 큰 비리가 드러나면서 해강은 주민들의 삶과 아파트 자체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최종회에서는 사건의 시작과 연결된 인물에게 직접 비리 증거를 내민다. JTBC
그래서 개인적으로 박해강의 이야기는 돈을 훔치러 온 남자가 오히려 그 돈의 진짜 주인들을 지키게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아파트를 거대한 금고로 바라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에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 때문에 박해강은 전형적인 정의의 사도도, 완벽하게 착한 주인공도 아니다.
욕심도 있고 과거도 깨끗하지 않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한다.
그 점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다.
《아파트》에서 가장 재미있는 반전은 178억 원의 행방이 아니라, 어쩌면 그 돈을 훔치려던 박해강이 결국 가장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돈과 삶을 지키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