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드라마 **《유부녀 킬러》**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인물은 역시 공효진이 연기한 유보나였다. 처음에는 전설적인 킬러이면서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라는 이중적인 설정이 흥미로웠지만, 마지막까지 보고 나니 보나라는 인물의 핵심은 킬러로서의 능력보다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래 내용에는 드라마 후반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한 사람이 아니라 혼자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
유보나는 임무를 수행할 때 누구보다 냉정하고 정확하다. 위험한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해낸다. 겉으로 보면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아도 되는 강한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보나의 강함이 타고난 성격이라기보다 혼자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모습처럼 느껴졌다.
보나에게는 자신의 과거와 진짜 모습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킬러라는 비밀을 품고 살아가야 했고,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과 딸은 보나에게 단순한 가족 이상의 존재였다. 세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돌아갈 수 있는 곳이자, 자신이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들이었다.
가족이 있었지만 완전히 기대지는 못했던 보나
보나는 남편과 딸을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그들에게조차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숨긴 채 살아간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순간에도 언제 자신의 비밀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항상 따라다닌다.
저는 그래서 초반의 가족 장면을 볼 때도 마냥 따뜻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보나에게 가족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면서 동시에 잃을까 봐 가장 두려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시댁 식구들이 남편의 가족에서 보나의 가족이 되기까지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후반부에 나타난 시댁 식구들과 보나의 관계 변화였다.
처음에는 그저 결혼을 통해 연결된 가족처럼 보였다. 때로는 불편하고, 보나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겨야 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을 함께 겪고 보나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면서 관계가 달라진다.
결국 시댁 식구들은 보나를 의심하거나 밀어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보나의 편에 서는 사람들이 된다.
저는 이 변화가 액션 장면보다 더 큰 감동을 줬다.
보나는 이전까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던 사람이었다. 남편과 딸이라는 소중한 가족은 있었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나에게 너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보나에게는 돌아갈 곳이 많아졌다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감정은 바로 이것이었다.
보나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
예전에는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해야 했고, 자신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가족마저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반부의 보나는 다르다.
남편과 딸뿐만 아니라 시댁 식구들까지 보나를 받아들이고 그녀의 편이 되어준다. 보나가 무슨 일을 겪든 돌아갈 곳이 생긴 것이다.
저는 그 사실이 유난히 기뻤다.
가족이라는 것이 반드시 처음부터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서로의 부족함과 비밀, 상처를 알게 된 뒤에도 그래도 네 편이 되어주겠다고 선택하는 관계가 진짜 가족일 수도 있다.
공효진이 보여준 유보나의 변화
공효진의 연기도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킬러일 때의 보나는 날카롭고 단단하지만 가족 앞에서는 어딘가 서툴고 평범하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평범한 모습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진다.
처음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혼자 싸우는 사람이었다면, 마지막에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래서 보나의 가장 큰 성장은 더 강한 킬러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사랑받고,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유보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이었을까
《유부녀 킬러》는 법과 정의, 사적 심판이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지만 저는 그 안에서 의외로 가장 따뜻하게 남은 이야기가 가족이었다.
누구보다 강해 보였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혼자였던 사람에게 이제 자신을 기다리고, 믿고, 편들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특히 시댁 식구들까지 보나의 편이 되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보나는 정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놓였다.
저에게 유보나의 마지막 모습은 전설적인 킬러보다 마침내 자기 편을 많이 갖게 된 한 사람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그것이 《유부녀 킬러》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기억에 남은 변화였다.